하루하루

경복궁 낙서가 예술이 될 수 없는 이유

행복한율남매 2024. 1. 3. 12:57

얼마 전 일어난 경복궁 외벽 스프레이 낙서 뉴스 많이들 보셨을 거예요.

저도 이 뉴스를 접하고 진짜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 이후 잡힌 10대 범인 두 명이 돈을 받고 이런 짓을 했다는 것까지 듣고는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 이후 이들이 자신들의 범법 행위에 대해 예술행위를 했을 뿐이라는 주장에는 경악스럽다 못해 화가 나기까지 하더군요. 너무 화가 나서 남편에게 했던 말도 기억이 나네요. ㅜㅜ

"그럼 친구 엄마의 뺨을 한 대 때리고 '이것은 어른을 대하는 고정관념의 변화된 태도야'라고 해도 되는 거야??"

그러면서 엄청 흥분했던 기억이.... 

 

 

요새 창의력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요.

책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면서 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변기가 예술로 변신하는 순간

 

뒤샹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어요.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 낼 시간이 온 거죠.

"좋아!"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리처드 뮤트'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전시회에 보냈답니다.

전시회를 꾸려가는 사람들은 난리가 났어요. 화를 내기도 하고, 히죽히죽 웃기도 하고, 리처드 뮤트가 누구인지 찾느라 야단법석을 피우기도 했죠. 몇 사람을 빼고는 아무도 리처드 뮤트가 보낸 작품을 예술 작품이라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이건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이잖아요? 똑같이 찍어 내는 물건이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단 말이에요?"

"맞아요. 치워버려요, 당장!"

"하지만 참가비를 낸 사람들의 작품은 모두 전시를 해야 됩니다. 리처드 뮤트씨는 6달러를 냈으니 그의 작품을 함부로 다룰 수 없어요."

"아, 도대체 리처드 뮤트라는 사람은 어디 있는 겁니까?"

 

사진출처: 나무위키

 

우왕좌왕,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시간만 흘러갔어요. 그러다가 결국 리처드 뮤트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그의 작품을 전시장 칸막이 뒤에 숨겨 두었죠. 어떤 작품이 전시되었는지 설명해 주는 도록에서도 빼 버렸고요.

왜냐하면, 뒤샹이 '뮤트'라고 직접 사인을 해서 내놓은 이 작품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소변기였기 때문이었어요.

뒤샹은 이 작품에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 당당하게 내놓았으나 사람들은 뒤샹의 이 작품을 하찮게 여겼던 거예요. 언제나 소변기를 하찮게 여겼던 대로 말이에요.

이 일을 두고 뒤샹의 친구인 앙리 피에르 로쉐가 신문에 글을 실었어요.

"사람들은 그것이 소변기라서 예술 작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뮤트 씨는 예술 작품을 위해 소변기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선택된 소변기는 더 이상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소변기가 아니라 예술 작품 <샘>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소변기를 <샘>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 이것이 예술입니다."

<머릿속을 헤엄치는 창의 물고기, 최은규, 소담주니어, p.116>

 

 


 

의미

이 사건을 계기로 앤디워홀 같은 기성품(레디메이드)을 활용한 예술가들이 많이 등장했고,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든 작품만이 예술인 것은 아니다는 새로운 인식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예술사적으로 여러 가지 계기가 되는 사건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뒤샹의 변기가 예술이 되는 순간 이야기처럼 

앞서 경복궁 외벽 낙서 사건도 그들의 이야기처럼 예술로 볼 수 있다는 말일까요?

천만에요.

 

 

뒤샹이 본명이 아닌 마치 신인 작가인 마냥 리처드 뮤트라는 가명을 써서 소변기 작품을 냈을 때

사람들은 이게 뭔 작품이냐고 말이 많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예술작품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이라는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냈어요.

위생용품 가게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이 기성품 소변기가 예술품이 될 수 있는지는 당시 미술관계자뿐만 아니라  많은 일반인들의 화두가 되었고, 결국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주류는 레디메이디  예술을 인정하자였으니까요.

 

 

 

 

정리

그렇다면 저 경복궁 외벽의 낙서는 우리에게 어떤 화두가 되었나요?

본인들의 궁색한 주장대로 예술행위?

그런데 그 어느 누구도 그들의 행위를 두고 예술이라고 하지 않네요.

그 어느 누구도.... 본인들 외는. 물론 이를 두고 따라 하는 모방 범죄자들이 있는 걸 보니 그들 또한 첫 경복궁 외벽낙서를 예술이라고 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라도 해서 자신들의 범법행위를 정당화하고 싶은 심리는 같은가 봐요.

 

 

나의 결론,

사회적 공감이나 이해를 조금도 얻지 못한 본인들의 행위를 그저 주장만 하다고 해서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의 행위는 그저 돈 좀 벌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저질렀지만 엄연한 범법행위였다. 그것도 국가지정문화재를 훼손한 큰 범죄로 처벌받아야 마땅한 범법행위일 뿐 그 뭣도 아니다.